배롱나무

한참 후에 다시 들어 온 김 주사
아무리 봐도 죽은 것 같지는 않다며 좀 기다려보자고 한다
기다리기는 뭘 가다리냐며
쇠뿔은 단김에 빼야하는 것처럼 생각났을 때 짤라버리라고
교장선생님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 나무는 우리학교 상징인데 짤라내면 안 된다는 김 주사와
죽은 것이 무슨 상징이냐는 교장선생님이
밀고 당기는 말씨름을 하고 있는데
교무주임이 밖에서 안에 대고 소리친다
-교장선생님, 안 죽었어요. 순이 나오는데요. 새순이

김 주사가 득달같이 달려가고 교장선생님이 뒤를 따라 나온다
봄의 끝자락에서 죽었다가 살아난
배롱나무
가지마다 새순이 배롱배롱 봄을 내밀고 있었다

배롱나무 표면은 연한 붉은 기가 도는 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얼룩무늬가 생겨 반질반질해 보인다. 이런 나무껍질에 연유한 이름으로 ‘파양수?瀁樹’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간지럼을 태우면 잎이 흔들려서 간지럼을 탄다는 것이다. 이것은 착각일 따름이다. 식물에는 신경세포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원숭이도 떨어질 만큼 미끄럽다고 하여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 덕진연못 목교 입구에서 연못을 고즈넉하게 바라보고 서 있는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뜨거운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 없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다. 보송송한 작은 꽃잎 몇 개가 모여 한 꽃숭어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배롱나무를 알고 난 그 후 부터 배롱나무가 자주 눈에 들어왔다. 사랑하는 사람들 눈에 사랑이 보이듯이 배롱나무를 사랑하면 배롱나무가 보인다. 보인다는 것이나 본다는 것은 바로 관심이다. 관심을 가지면 어디에 있어도 보인다.

한국영농신문  agrie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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