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 또는 자제’이다. 자제와 사랑? 뭔가 좀 복잡한 느낌을 던져주는 꽃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철쭉과 관련된 이야기는 1,500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옛날 신라 성덕왕 때 지어진 <헌화가>라는 향가가 있다. 내용인 즉, 절세미모의 귀부인이 벼랑에 핀 꽃을 꺾어 달라 했다. 이에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인, 암벽타기 신공을 발휘해 꽃을 꺾어다 바치며 사랑을 고백했다는 것. 그 꽃이 바로 철쭉인데,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노인이 벼랑에서 굴러 떨어졌더라면? 만약 그랬다면 헌화가는 향가가 아닌 사건사고 뉴스의 오리지널이 되었을 것이다.

소백산 철쭉제. 비로봉에 개화한 철쭉 [사진=단양군]

어쨌거나 <헌화가>에 등장하는 소 끌고 가던 노인을 ‘축산농민’이나 ‘한우협회 관계자’로 해석하지는 않는 게 문학적 상상력 풍부한 학자나 전문가들의 견해. 불도나 풍류의 도를 닦던 노인이 아니었을까, 라고 해석해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역시 꿈보다는 해몽인 것인데, 그렇다 해도 웹툰적인 상상력으론 소값파동 때문에 서울로 항의시위 하러 가던 축산농민이거나 청도 소싸움대회장으로 향하던 베테랑 투우조련사일 수도 있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저 꽃을 꺾어다 바치오리다”라고 노래하던 목동, 아니 소 끌던 노인네의 수로부인에 대한 나이,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의 세레나데. 헌화가를 학교에선 그렇게 가르친다. 암벽타기까지 학교에서 배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꽃을 꺾을 때 꺾꽂이해서 옮겨 심을 수 있는 방법까지 정확하게 배운다면 더욱 환상적이지 않을까? 소 키우는 법, 소와 소통하는 법도 익힌다면 학교는 더욱 더 바람직한 곳이 될 것 같다.

철쭉꽃 때문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시 그 노인이 끌고 가던 소가 사는 축사는 2018년 축산업계의 화두인 무허가축사는 아닐까?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 문재인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공석인 채로 3달 째 내버려두고 있는데 그게 모든 축산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면 억지일까?

# 아무튼 철쭉은 이래저래 생각할 게 참 많은 꽃인데, 단양 소백산 철쭉제는 매년 5월에 어김없이 열린다. ‘화사하게 밀려드는 연분홍 미소, 봄빛에 물드는 하늘정원 소백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단양이라는 게 축제위원회의 설명. 다채로운 문화공연과 체험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철쭉제는 실향민의 사연을 품은 행사. 1983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는 마을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려 제1회 소백산철쭉제가 열렸다고. 이후 세월이 흘러 소백산철쭉제는 꿈과 희망과 사랑의 축제로 변모해왔다고 한다.

5월 24일 <소백산 산신제>를 시작으로 <제3회 대한민국 실버가요제>, <MBC강변음악회>, <퇴계 이황선생 추념 전국서예대회>, <가족과 함께 하는 소백산행>, <박상민의 불타는 밤>, <김창완 밴드의 뭉클 콘서트> 등이 26일까지 이어진다. 행사 내내 단양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도 열린다.

# 단양은 마늘로도 유명하다. 역시나 축제도 연다. 단양마늘 축제는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단양 마늘은 대한민국 지리적 표시 제29호 농산물. 맛과 향이 뛰어나서 다른 마늘보다 조금 비싸다. 그래도 인기는 무척이나 좋다.

온달과 평강공주를 기리는 온달축제도 10월에 단양에서 열린다. [사진=단양군]

단양은 온달과 평강의 사연이 얽힌 곳이기도 하다. 삼국사기에 이렇게 나온다. “온달은 고구려 평강왕 때 사람. 얼굴은 매우 못생겼지만 마음씨만은 착했다. 집이 가난해서 늘 걸식으로 노모를 봉양했다. 못 생긴데다 낡고 추한 옷과 신발을 신고 거리를 왕래하므로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했다. 그의 이름은 온달이다.”

온달문화축제는 오는 10월 19일부터 사흘 간 단양에서 열린다. 온달문화축제는 전국에서 유일한 고구려 문화축제라는 게 단양 사람들의 자부심. 2018년 대한민국 대표축제와 충청북도 지정 우수축제로도 뽑혔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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